홈쇼핑 소동사건

살며 2009/10/01 14:36

월요일날 e-현대 홈쇼핑에서 추석선물을 주문했다.

 

 

추석 대목이라 조금 더 일찍 서둘렀어야 했지만, 아직은 원하는 날짜에 받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름있는 백화점 치고는 고객 대응이나 처리함에 있어 심각하게 미숙함이 많이 보였기에 기록을 남긴다.

 

허술한 웹사이트

일단, 회원가입 항목 입력란이 시대에 맞지 않게 제한되어있다. 나는 현재 해외에 있는지라 070 전화를 쓰고 015 번호로 문자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내가 사용하는 번호를 입력할 수 있는 입력란은 없었다. 네이버나 다음같은 큰 포털은 IP주소의 지리정보에 의거하여 내가 해외에 살고 있다는 것도 자동으로 인지하고 국제전화를 통한 본인 인증까지 할 수 있게 배려해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물론 규모의 차이가 있고, 해외거주 한국인은 주 고객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수 있으니 이해하도록 하자.

 

가입 후 로그인 하기 위해 몇 개의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 한다. 이건 뭐 수많은 우리나라 사이트들의 공통적인 바보같은 특징이므로 역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추석 전에 받아보기 위해 배송일자를 지정했다. 그랬더니 배송 시간이 23:59 으로 설정된다. 잠옷바람으로 택배기사를 맞을 수도 없는일.. 배송 시간을 변경해보려고 했으니 여의치 않다. 결국 고객센터에 글을 남겨 잘못된 배송시간을 바로잡아줄것을 요청했다.

 

미숙한 업무처리

고객센터의 답변 내용을 보니, 배송 시간은 택배 일정에 따라 정확하게 지정하기 곤란하므로 그냥 기본값 23:59 가 표시되는것이라 한다.. (그럼 시간을 보여주지나 말던가)

 

하필 어제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회선에 공사가 있어서 인터넷은 물론 스카이프 전화도 쓸 수 없게 됐다. 멀리 제한된 환경에 살다보니 인터넷 하나만 잠시 사용 못해도 대 재앙이 벌어진다.

 

어렵게 전화를 해서 진행상황을 물었더니, 자신은 담당자가 아니라며 다른 번호를 가르쳐준다. 몇번의 전화끝에 담당부서를 찾았지만 당장은 알 수 없으니 나중에 전화로 알려주겠다고 한다.

배송을 담당하는 직원에게서 음성 메시지를 받았다. 2개의 상품을 주문했다고 하는데 도저히 1건은 조회가 되지 않는다고;;; 음성에 남겨둔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인터넷상에 어떻게 나와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자신들은 1건밖에 조회가 되지 않는단다…. 카드 결재 내역이나 주문번호가 잘 있노라고 항의해봐도 같은말만 반복한다. 결국 와이프가 폭발해버린 모양이다. 내가 다시 전화를 걸어 ‘조금전에 상담한 사람입니다’ 라고 하자 대뜸 하는말이 ‘나는 남자랑 통화한적 없는데요’ 라니;;;; 아내가 열받은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래도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근데 이녀석.. 내 말을 들을 생각은 없고 ‘조회 목록에 없으니 모르겠다’ 라는 주장만 반복한다. 심지어 말하는 도중에 끼어들어 목소리를 키워가며 대들기까지 한다. 결국은 자신은 담당자가 아니니 다른 부서에서 연락을 주겠노라고 한다;; (그럼 진작 그렇게 이야기 하던가..)

 

담당부서라는 곳에서 여직원에게 전화가 왔다. 아마 이곳이 인터넷 주문을 담당하는 부서이고 좀 아까 통화한 직원은 물류센터 직원이었던듯 하다. 설명을 들어보니 배송처 두곳중 한곳은 직영센터와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물류센터를 통하지 않고 직배 처리를 한단다. 그래서 물류센터에는 기록이 없었던거고, 그 바보녀석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고객에게 자기 입장을 하소연한 게다;;

물류를 통하는 건은 물류센터를 통해 10월1일 오늘 오후중에 잘 배송이 될 것이고 직배를 받는 곳은 오늘 11시30분에 발송하는 다른 물건들과 함께 늦어도 3시 사이에는 발송이 된단다.

 

기분나쁜 고객응대

조금전 11시30분까지는 모든것이 잘 처리되는듯 했다. 11시 30분에 발송이 시작된다던 직배 담당자에게서 물건을 받으실 장인어른께 직접 연락이 간 모양이다. 주문하신 10만원짜리 물건은 재고가 없으므로 8만원짜리 물건을 대신 발송할테니 나중에 2만원은 환불 받으시라고;;;

전화를 받은 아내는 폭발 직전이었고, 나는 이 괘씸한 녀석들을 혼내줘야 겠다고 결심했다.

일단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그간 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엔 제대로 담당 부서에 전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받은 직원은 자신은 ‘담당자’가 아니란다;; 근데 이녀석 태도가 상당히 불순하다.. ‘또 어디서 굴러먹은 귀찮은 고객이 밥맛없게 점심시간 전에 전화질이야~’ 라는 그녀석 마음속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듯 하다;; ‘그륵그륵’ 가래 끓는 소리를 내지 않나, 담당자가 전화 드릴테니 전화번호를 부르라는 상황에서 몇번이고 되묻고, ‘090 뭐요?’ 따위 시건방진 추임새를 더하기도 한다. –_- 결국 내가 받은 짜증의 정도를 충분히 느낄 만큼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전화번호를 가르쳐준뒤 다시한번의 독촉전화를 한 끝에, 어제 통화한 여직원과 통화가 가능했다.

 

그나마 이 여직원은 대화가 통해서 다행이다. 여직원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대한민국의 특성상 여기서 강하게 나가야 납득할만한 처리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짜증났던 쇼핑 결과는 둘째치고.. 선물을 받으실 장인어른께 전화로 8만원짜리 물건을 보내느네… 따위 쓸데없는 말을 해버려서 선물의 의미 자체를 소실 시킨것과, 어째서 배송 당일 정시가 되어서야 주문한 물건의 재고가 없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다행히 순순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했고 주문한 물건을 보내지 못하는것에 대한 책임으로 보다 비싼 물건을 대신 보내주겠노라는 약속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일이 해결된 것은 아니고 ‘직배 담당자’의 무사안일한 처사로 인해 깜짝선물을 망쳐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추긍했다. 물론 담당 여직원이 그럴만한 능력이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말이다.

기뻐야 할 추석 선물을 망쳐버린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면 좋을지 고객이 납득할만한 답을 내거든 다시 연락하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상위 부서에 사고내용이 보고가 되고 처리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오전에 통화했던 그 건방진 남자직원에게서 다시 연락을 받았다. 여직원에게서 전체 스토리를 전해듣고 사태의 심각성은 파악한 모양이다. 아까 통화할때 내가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을만큼 강한 목소리를 내줬으므로 .. 다시 나한테는 전화를 하지 못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일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 모양이다. 상품은 알고계시는대로 더 비싼 물건을 보내드리는 선에서 마무리 하고 .. 미안한 마음을 담아 추가로 상품권을 보내주겠노라고.. 남편분한테는 정말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느낌상 더이상 상위 부서까지 처리가 올라가지는 않고, 고객응대 부서내 연장자 선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하고 덮으려는것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파고들어봤자 상품권의 금액이 올라가는것 정도 이상의 일 처리를 바라는것은 무리일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게다가 내일모래는 추석이다.

담당자를 괴롭히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고.. 내가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판단은 이 작은 블로그를 방문하는 네티즌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아마추어 스러운 쇼핑몰 하나 때문에 추석 선물은 엉망이 되고, 나와 아내와, 나와 통화한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결국 나는 몇 만원의 금전적인 보상으로 이 모든 일을 덮었다.

 

여러분도 e-현대 쇼핑몰에서 뭔가 사려고 하신다면 우선 충분히 느긋한 마음가짐부터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