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리빙룸 컴퓨터에 꼽혀있는 내 아이폰과, 안방 콘센트에 꼽혀있는 마누라의 아이폰이 단잠을 깨운다. 보통은 Snooz 버튼을 눌러 다시 10분씩 꿀잠을 청한다.. 전엔 바깥에서 울고있는 알람을 끄기위해 어쩔 수 없이 일어났지만, 전화벨이 한번 울리면 알람이 무효화 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고부터는 전화 한통으로 내 아이폰의 알람마저 꺼버리고 자는게 습관처럼 되었다.
그러나 5분이 되지 않아, 아이가 우유를 달라고 보채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한참 말을 배우는 중인 하연이는 눈에 보이는것마다 “우우~(우유)” “빵~” “키티” “오~(옷)” “아빠~” “안돼~” “매워~” 말하고 놀기를 좋아한다.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NHK 뉴스를 본다. 보통은 밤사이 사고소식, 살인사건, 화재나 재해 소식등을 알려주고 간혹 아소총리가 어쨋다더라.. 오사카 지사가 어땠다더라 하는 정치 소식도 전해준다. 짜증나게도 종종 모국의 집권당과 그 꼭두각시가 병신짓을 하는 소식을 듣는다.. 씁쓸하다.
아침은 주로 빵을 먹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는 무조건 아침에 밥 한 그릇을 먹지 않으면 안됐지만, 대학-군대-직장 을 거치면서 불규칙한 생활에 익숙해지고부터는 아침부터 밥을 먹으면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아침드라마를 보면서 리모콘의 데이타 버튼을 눌러 오늘의 날씨를 살핀다. 일본은 날씨가 제법 변화무쌍한 편인데, 그만큼 날씨 공지도 자주 되는 편이다. 따라서 움직이기 직전에 날씨를 확인하면 틀림없다. 만약을 대비해 아이폰용 어플 웨더뉴스채널도 종종 챙겨본다.
출근하면서 아이튠즈 어플을 켜서 요미우리 뉴스 팟 캐스트를 재생한다. 최근 종종 아침 9시가 다 되도록 오늘의 뉴스가 안올라오는 일이 잦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이팟의 캐슁 정책때문에 제때 데이타를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원을 껐다 켜면 된다고 하는데 그럴 생각은 없고, 리스트가 갱신되지 않은 날은 그냥 음악 라이브러리를 셔플 재생한다.
이번달부터는 피타파카드(교통카드)를 발급받아서 편하고 싸게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일본에 온지 2년이 넘어서야 겨우 신용카드 한장이 나왔고, 그 이후에도 계속 나오지 않던 교통카드가 발급된 것이다. 이녀석들 신용정보 관련해서 깐깐한거야 뻔한 사실이고.. 외국인이기에 핸디캡이 있는걸 어쩌겠는가. 지금까지 할인받지 못한 돈을 따져보면 3년간 200만원쯤은 되는거같다.. 제기랄
지하철에선 주로 인코딩한 동영상을 본다. 출퇴근중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20분이 채 안되므로 드라마 한편을 보는데 이틀 이상씩 걸린다. 아는 사람을 만나는 날을 제외하면.. 겨우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한편을 쫓아가기 바쁜 소화율이다. 그 인코딩한 동영상이라는 것들의 출처는 보통 어둠의 경로로 부터 입수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본인이 프로그램 짜서 먹고사는 사람으로써, 반드시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소비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환경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최근엔 일본 드라마 번외편이나 아이에게 보여줄 애니메이션을 집 근처 TSUTAYA 에서 빌려보고 있다. 마누라도 이제 자막 없이 40% 이상은 스토리를 이해하는 것 같다.
회사에 도착하면 회사,개인 메일을 확인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각종 feed 들과 헤드라인 뉴스를 살펴본다. 게임개발팀에 오게 된 후, 회사 이메일의 양이 부쩍 줄었다. 서비스와는 관계가 없고 오직 런칭일정에 맞춰 일하면 되기 때문이다. 간혹 미친듯이 며칠간 분노의 코딩을 하는가 하면, 일주일간 빈둥빈둥 딴짓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가끔씩 주어지는 빈둥빈둥의 시간은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스킬이 녹슬지 않도록 간간히 개인적인 장난감을 만들어보는 나에게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지난주말과 이번주 초에 걸쳐서는, 한국 핸드폰으로부터 내 아이폰으로 바로 문자를 보내고, 바로 답신을 할 수 있는 일종의 게이트웨이를 만들었다. 한국에 핸드폰을 살려두고 있었더라면 의외로 간단했을 문제일 수 있으나. sms를 수신할 번호조차 없는 상태였기때문에, 아레오닷컴에서 015 번호를 발급받아 아이폰의 mms 이메일주소로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제 바깥에 나가 있을때도 마누라가 한국 친구들이랑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 수 있게 됐다.
점심은 주로 근처 식당에서 먹는다. 3년이 다 되도록 같은 지역 식당만 다니다 보니.. 딱히 맛있다고 생각하는 식당이 없어졌다. 큰일이다. 먹는 낙도 인생에서 제법 중요한 낙의 하나인데.. 내가 평소에 뭘 먹고 사는지 궁금하면 미투데이의 식미투 모아보기 페이지를 보면 되겠다.
공식 퇴근시간은 6시 15분이지만, 보통은 7시를 넘기게 된다. 오후가 되어서야 일이 손에 붙는다고나 할까..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는 의미도 있고, 오전에 빈둥댄것에 대한 반성이랄까… 웬지 해가 떠있을 때 퇴근하면 안될 것 같은 한국에서의 못된 습관이 남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퇴근할때쯤 mms 메시지로 마누라에게 “ㅌㄱ” 이라는 문자를 남긴다. 그래야 저녁식사 준비하는 시간을 적당히 맞추기도 좋고, 혹시 바깥에 있다면 만나서 같이 퇴근하자는 약속을 정할 수도 있다. 마누라는 최근 근처 애기엄마들과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나보다 더 바빠진 것 같다;; 힘들어하지만 즐거워하는것 같아서 다행이다.
밖에서 만나 퇴근하는 날은 쇼핑을 하는것이 중요한 일과다. 요일별 할인하는 상품, 포인트 2배주는 수퍼 등등을 줄줄이 꿰고 있어야 하는건 물론이다. 우리집 가계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즉, 앵겔지수는 방글라데시와 프랑스를 초과할 지경이다.
저녁을 먹은 뒤엔 함께 아이와 신나게 놀아주고 씻기고 재운다. 일찍 자주면 다행이지만 낮잠을 많이 잔 날이나 심술이 난 날은 12시가 다 되도록 잠을 안 자기도 하는데.. 그럴 땐 엄마 아빠가 먼저 뻗어버리는 일도 있다.
저녁시간이 컴퓨터와 노는 시간에서 아이와 노는 시간으로 바뀌고부터는 블로그에 신경을 쓰거나 뭔가 개인적인 프로그램을 짜거나 할 시간이 없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아쉬운건 아니다. 아이와 노는건 제법 신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