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바 기행

Posted 2006/08/27 22:13
오늘도 교회에 들러 20년 이상 일본에서 살아오신 어머니뻘되는 집사님들과 즐겁게 이야기도 나누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먹은후, 이런저런 선물을 좀 사러 난바에 다녀왔습니다.

오늘로써 난바는 한 5번째 방문.. 이제 겨우 방향을 좀 알것 같습니다.
센니치마에 거리에서 기념품용 고양이를 좀 사려다 비싸서 그만두고.. 유명한 회전스시집에 가서 만든지 얼마 안되는 싱싱한 스시로만 1000엔어치 정도 신나게 먹어줍니다.. 오늘은 눈 딱감고 달랑 1개에 200엔짜리 참치 대뱃살 스시에 도전했는데.. 오우.. 맛 괜찮네요!! 삼키기 아까워서 흐물흐물해질때 까지 씹다 삼켰습니다. 오늘의 추천 牛肉ユッケー 가 눈에 띄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육회더군요. 지난번에 갔던 윈조 스시집과는 다른 집인데 한국식 조리법이 많이 스며들고있는듯 했습니다. 초고추장 한치회 스시도 있었으니까요..

슬슬 기념이 될만한것을 사러 신사이바시쪽으로 가는중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남자애 둘이 일본인에게 길을 묻는것이 보입니다. 어설픈 일본어... 손에 들린 한글 적힌 여행책자.. 역시 한국인입니다.
일단 저는 대충 보면 여행객이 눈에띄고 한국인이구나 알아볼만 해서... 그친구들이 저를 알아볼까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약간은 귀차니즘때문에 수염도 조금 길렀고 오늘산 모자도 뒤집어쓰고 있을뿐아니라.. 복장도 여행객보다는 현지인에 가까운 차림이었기때문에... 역시 제가 한국인인걸 잘 알아보지 못합니다. 아까 길 물었을때 옆에서 듣기로는 쭉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하는데(저랑 같은 신사이바시를 찾는듯).. 이녀석들 잘 못알아들은듯해서, 꺾어지는데 쯤에서 "어디 찾으세요?" 하고 놀래켜줘야지 하고 뒤를 밟고있는 중이었습니다 (이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세상에)
지들끼리 "아 대체 뭐라는거야..." 따위 이야기도 나누고... 저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거 왠지 재미있습니다. 이녀석들 나보다 일본어 발음이 조금 안좋은것 같기도 하고...
이제 에비스바시 길로 꺽으면 되는데.... 엇 -_- 놓쳐버렸습니다. 다음에 한국말 들리면 처음부터 아는척 해줘야겠습니다.

용감하게 여자들만 득실대는 화장품가게에 가서 어머니께 부탁받은 파운데이션을 삽니다. 이젠 약간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막강한 전자사전도 있기때문에, 어딘가 가서 뭘 하기 전에 중요한 단어 몇개를 찾아서는... 적당히 어리숙한 표현으로 부탁할줄도 압니다. 너무 현지인과 유사한 표현을 써버리면 일본어가 좀 되는구나 싶어서... 막 다다다다 설명을 시작하는데.. 몇번 당하니까 일부러 약간 어리숙해 보이도록 해서, 쉽고도 천천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기레 이르른 것입니다.

난바에서 싸고 좋기로 유명한 돈키호테에 가서 비타민제와 관절약 따위를 사려고 하는데...
엌.... 눈앞에 최홍만이 서있습니다. 과장 약간 보태면... 정말 눈앞에 배꼽이 있을정도로 크더군요.. 일본인들도 거인 등장에 대단히 놀라는 눈치.., 저야말로 타국땅에서 우리나라 연예인(응?)을 마주쳤다는 사실에 꽤나 신이 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는데 잘 못알아들은 눈치입니다. 알아들었어도.. 일본인들 핸드폰카메라 세례에서 빨리 벗어나고싶었는지도 모르지만 서둘러 가게를 빠져나가더군요... 그럴줄 알았으면 저도 말걸려고 하지 말고 직찍 사진이나 한장 남길껄 그랬습니다.

저녁쯤 되니까 난바에 한국인 관광객이 꽤 많이 보입니다. 미쓰렌더 옹이 남기고간 여행 책자 제 3일차 여행 경로대로 여행하자면... 딱 그시간대 쯤에 신사이바시 역에 도달하게 되어있습니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책자를 가지고 있는듯 -_-.. 골목길마다 다들 해메며 길을 잘 못찾고 있었는데.. 괜히 끼어들어서 길좀 빨리 찾게 해주기보다는 알아서 일본인들에게 길이라도 한번 더 묻는 추억을 남기게 두는게 나을꺼같아서.. 저는 그냥 풍경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_- 길을 물어도 잘 가르쳐줄만큼 길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여자들 서넛 무리에 대뜸 말을 걸만큼 숙기가 풍부하지도 않습니다.

여행책자에 불만하나! 길 찾는 법좀 정확히 적어놓으세욧! 좀 확실히 눈에 띌만한 지점을 기점으로 설명하던가, 아니면 주위 이정표를 참조할 수 있게 동서남북 방향으로라도 설명해두던가..
"가게를 나와 왼쪽으로 가다보면 분홍색 토끼가 보이는 가게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곧바로 보이는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면...." 따위 설명은 도대체 알아볼 수가 없단 말입니다.
또하나! 음식점에 돈을 받은건지 계약이 된건지 모르지만, 음식점에 대한 설명은 "맛있다, 맛없다" 대신.. "짜다, 싱겁다, 느끼하다, 깔끔하다" 등등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적어줬으면 합니다... 여행객들을 위해 제가 조언 하나 하자면... 여행하는데 시간이 아깝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줄서있는 가게에 가서 사먹으면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

저는 현지인으로 살아야하기에 여행객들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만 이런식이라면 좀 싸거나 간편하게 여행을 즐길만한 방법도 대충 알수있게 될것 같습니다.
그때쯤되면 저도 책이나 한권 써볼까요?

짤방사진: 신사이바시 길에서 돈키호테로 가는 강둑에 있는 건물에 있는 일본어 말장난
"빌딩(ビル) 가운데 맥주(ビール) 공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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