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주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힘든 시간동안 함께 있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하면 괜찮은 병원에서 아이를 낳게 해주고 싶어서 산부인과중 제일 유명한 병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대형 병원이 그런것은 아닐것이지만 대형 병원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았기에 글로 남겨볼까 합니다.

비싼가격

당연히 대형 병원은 가격이 비쌉니다. 시설이나 이름값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죠. 분명히 좋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고, 불친절하다는 소문이 나면 안되므로 평균 이상의 서비스는 받을 수 있는것 같습니다.

부실한 서비스

하지만 내는 돈만큼의 서비스를 받는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에게 간호원과 의사가 배정된것이 아니고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제한된 수의 간호사가 돌아다니며 자기 역할만을 수행합니다. 월요일부터 입원했던 산과 병동에는 야간 직원으로 간호사 3명, 여의사 2명 정도가 있었는데 진통 병동에는 약 20명이 넘는 산모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진통이 시작되어 하혈을 하고 있고 몸이 불편하여 화장실을 스스로 가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변을 받아내야 했는데, 간호사가 그 일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보호자 신분으로 함께 입원한 가족에게 그 일을 전가시키더군요.. 내가 그 일을 해줬다는것이 불만이라기보다는 자기들이 할 일에 손이 부족해서 가족들의 손을 빌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기색이나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고, 가족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한다는 식의 핀잔을 주고 가는데 매우 기분이 상했습니다. 

불친절한 태도

진통이 진행되면 피가 나오기때문에 침대에 시트지를 대놓고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의사가 돌아다니며 내진을 하고 다니는데, 그러면 좀더 많은 피가 흐르게 되고 시트지를 갈아주어야 하죠... 하지만 의무적으로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내진만 한다음 보호자에게 "시트지좀 자주 갈아주세요" 라고 쌀쌀맞게 한마디 내뱉고 커튼을 무성의하게 닫아버리고는 자기 볼일을 보러 가더군요. 그리고 처음이면 당연히 아프고 고통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만, 담당의사라는 여자는 소리를 지르는 침대를 돌며 "여기 당신만 아픈게 아니다. 아직 멀었으니 입다물라" 식의 발언을 하고 다닙니다.

자궁문이 4cm가 열리면 분만실로 이동하게 되는데 2cm 이상부터는 꽤 아픈 진통이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끙끙 앓고 있으면 커튼을 휙 걷고 들어와서는 "내진할까요?" 라고 하는군요. (내진은 매우 아픕니다. 아기 낳는것보다 내진이 더 아팠다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3cm 열렸어요! 두시간 전에 2.5cm 이라고 했나요? (뜸들인다)" 라고 묘한 뉘앙스가 담긴 말을 하고 갑니다. "2시간동안 0.5cm 이 진행됐으니 너는 앞으로도 최소 4시간은 더 아플꺼야 괜히 힘빼지 않는게 좋아" 라고 직접 말하는것보다 더 절실히 와닿고 훨씬더 기분나쁜 표현으로 말이죠.. 간호사 카운터에서는 자기들끼리 뭐가 좋은지 히히덕거리며 농담을 해댑니다. 아마 곧 있을 무슨 시험같은 것을 공부하는듯 했는데, 그럴 시간이 있으면 환자를 좀더 돌아봐야 하는것 아닌가요? 그리고 자기들만 아는 의학 용어로 환자들의 상태에 대해 주고 받습니다. "21번은 xxx 가 yyy 한데 네이버가 있어서 좀더 지켜봐야 할꺼같아요 / 그래? 그럼 냅두고.. 새벽에 관장하고 zzz 시술 하지 뭐~" 이런식..
같은 말을 해도 얄미운 그런 말투가 있습니다. 대형 병원 간호사들은 비교적 많은 환자를 대하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것에 둔감해진듯 합니다. 나쁘게 말하면 프로페셔널리즘이 부족하다고 할까요

물론 그곳 의사들은 매일 그런 산모를 하루에도 수십명씩 만나고 같은일을 반복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는 난생 처음 마주치는 무섭고 아픈 기억인데 그런식으로 가볍게 대하는것은 심히 불쾌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비슷한 행위를 한 적이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지금은 직접 고객을 상대할 일이 없지만, 한때 아르바이트로 또는 회사 일로 고객을 직접 만나고 내가 만들어 납품할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요구사항을 받으러 다녀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컴퓨터 일 하시는 분들 중 일부는 공감하시겠지만,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내가 애써 만든 어떤 기능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해버려서 서운하게 하거나 계약서에 없는 매우 복잡한 기능을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속에서 추가해넣고는 말도 안되게 따지기도 합니다. 그럴땐 '을'이 감히 '갑'과 다툴 수 도 없고 마땅히 요구사항을 회피할 방법도 없을때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었습니다.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전문 용어를 사용해서 겁을 집어먹게 하는거죠.. 또는 비교적 간단해서 들어줄 수 있을만한 요구사항일지라도 전문용어를 약간 섞어 도식화해 설명하면 거창한 기능처럼 보여서 협상에 좀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거나 나중에 곤란한 다른 요구사항을 무마할 무기로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제한된 비용을 받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무한히 수용하는것은 바보짓이고 성공적인 프로젝트 종료를 위해서도 당연히 해야할 내 업무를 잘 수행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도 안되는 복잡한 설명을 듣고 다시 자신의 상사에게 보고해야 하는 '갑'측 담당자의 마음은 헤아려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허영심 조장 마케팅

위의 불만들은 단순히 큰 병원이기에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상 또는 일부 몰지각한 간호사들에 대한 불만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환자의 아픈곳을 건드려 주머니를 열게 하는 마케팅에는 치가떨리게 화가 났습니다.

가족분만실 12만원

가장 아프고 두려운 순간에 혼자서 수술실로 들어가는 공포를 줄여주기 위해 가족 분만실을 신청했습니다. 보호자 외에 가족들이 함께 들어가서 진통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분만 당시에는 직접 수술복을 입고 마지막 힘내는것을 도와주고 아기 탯줄을 잘라주고 갓 태어난 아기를 만져볼 수 있는, 꽤 훌륭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만실 사용료가 별도로 8시간에 12만원 이더군요. 적당히 진통이 진행되면 지금부터 가족분만실로 옮기시겠냐고 묻습니다. 이 상황에서 '아니오' 라고 대답하는 남편은 두고두고 부인에게 약점을 잡힐 빌미가 되도록 의도하는듯 합니다. 게다가 지금 분만실로 옮기자고 하는 시점은 곧 분만이 진행될 시점이 아니고 최소 6시간 정도의 진통이 남았을 시점입니다. 조금 늦는 산모들의 경우에는 아슬아슬하게 8시간을 넘기도록 말이죠... 8시간에서 조금만 넘어가면 다시 8시간분 12만원이 추가 부과됩니다. 제 경우에는 6시간 30분정도에 분만이 끝났고 이제 회복실로 옮길 타이밍이었지만 자궁 수축에 문제가 있는것 같으니 조금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기고 의사진이 자리를 피해버립니다. 거의 2시간동안 아무 소식도 없고 나가서 물어보면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합니다. 8시간이 지나갈 무렵 제가 답답함으롬 못참고 나가서 "이렇게 해서 8시간 제한을 넘기게 해서 병실료를 2배 받아챙길 속셈이 아니냐" 며 큰소리로 따지자 금새 서류를 꺼내어 8시간 1회 사용으로 표시하고는, 오버된 시간은 회복실에서 보낸것으로 해주겠다고 무마했습니다.

5인실 8000원, 1인실 33만원

아가가 태어나면 모유를 수유하는 엄마를 위해서 아기와 함께 3일간 지내며 젖도 먹이고 많이 안아줄 수 있는 모아센타 라는것을 운영하더군요. 5인 병실은 의료보험 혜택이 되어서 8000원이지만 1인실은 무려 33만원이라고 합니다. 세금 포함하면 40만원 가까이 되는군요.. 5성 호텔 1박 요금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시설이 대단히 좋은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별도의 공간에 산모와 보호자 침대가 있고 냉장고와 TV가 있다는 정도. 병실 분위기가 나지 않게 원목 색상 자재를 사용했다는 정도 차이점입니다. 원무과에 접수할 당시 1인실을 당연히 사용하는 사람이 많은것 처럼 이야기해서 계약을 유도합니다.

DSC_01175인실은 정말 좁아터졌습니다. 응급실 간이 침대같은 작은 침대에, 펼쳐지는 의자로 되어있는 보호자용 간이침대, 그리고 아가 침대가 들어오는 스테인리스 수레가 나란히 들어가면 가방조차 제대로 놓을 공간이 없는 커튼으로 분리된 공간입니다. 커튼은 바닥까지 내려오지 않아서 낮은 보호자 침대에 누우면 건너편의 보호자침대가 보입니다. 아기 다루기에 서투른 엄마들과 아기가 함께 있으니 아기 울음소리가 멎을 시간이 없습니다. 화요일부터 목요일 퇴원하기까지 총 6시간도 제대로 못잔것 같습니다. 간호사는 돌아다니며 혈압을 재고 아가 체온을 잴 뿐 일부러 물어보지 않으면 아가 다루는 방법조차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지금 결정하세요

무언가를 결정할 시점에는 항상 "지금 결정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번복할 수 없다" 라고 으름짱을 놓습니다. 산모의 80% 이상이 무통분만을 선택하고 있으니 당신도 지금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지금 결정해야지 좀이따가는 바빠져서 마취과 의사를 부를 수 없다. 라고 설명하는 시점은 아까 말한 진통이 극대화 되는 2cm~4cm 구간입니다. "나중에 무통주사 놔달라고 해도 안돼요! 왜 아까 안했냐고 물어보면 그때는 안아파서 안했다고들 하더라고요... 잘 생각하세요" 라고 몇번이고 간호가가 이야기하고 나갑니다. 아내는 처음 당하는 고통에 다리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인데 잠시후에 닥칠 더 심한 고통을 생각하고 진저리를 치더군요..
가족분만실을 선택할때도 마찬가지, 저는 이미 가족분만실을 이용할 마음을 먹고 있었지만 그것 역시 지금 바로 들어가서 대기할것인지를 당장 선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당장 원무과에 가서 신청하고 오지 않으면 다른사람이 먼저 들어갈테도 당신에게는 언제 자리가 날지 알 수 없는 상태라고 협박합니다. 그 시점은 아까 말한 분만전 6~8 시간 시점입니다. 잠시만 시간을 끌면 12만원씩 2회를 받아 챙길 수 있는 그 시점이죠

뭐든지 계산먼저

철저하게 분업화된 큰 병원이기에 돈계산을 담당하는 원무과가 따로 있고 실제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멀리 움직이지 않고도 네트워크로 처리했다가 나중에 계산될 수 있을만도 한데, 뭐든 한가지를 진행할때마다 직접 본관 원무과에 가서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가지고 오라고 하거나,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서 원무과, 신생아실, 모아센터 간호카운터를 돌며 처리하고 결과를 제출하라고 합니다. 이거야 말로 갑과 을이 뒤바뀐 경우가 아닐까요.. 고객이 오히려 뭔가를 구걸하듯 이리저리 돌며 결재를 받고 다녀야 하다니 말입니다. 보호자라도 없이 온 환자들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그 몸을 이끌고 결재 받으러 이리저리 다녀야 하는건 아니겠죠? 그나마 제가 적당히 때맞춰 휴가를 갈 수 있었기에 천만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폭리

큰 병원 답게 이것 저것 부가적인 서비스가 많습니다. 가족분만실을 이용한 경우 아가의 첫 울음소리를 녹화한 CD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첫 울음이 아니고 탯줄을 자르고 입속의 이물질을 빼내는 시술을 하는동안 찍어지는 동영상입니다. 일단 찍고 병원 1층 로비에서 마음대로 상영이 되고 있고, 병실로 전화가 와서 지금 1층에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으니 와서 보고 구입의사를 "지금" 결정하라고 이야기합니다. 10분남짓의 b1.mpg 파일과 일률적으로 병원 설명과 간단한 아기 상식 등을 볼 수 있는 시디 한장의 가격은 무려 4만원 입니다. 제가 다뤄본 프로그램이어서 아는 사실입니다만, 디렉터로 그정도 퀄리티의 CD 타이틀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데는 이틀, 실제 제작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반나절이면 충분합니다. 오직 한번의 그래픽 작업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상 큰 병원에서 느낀 불쾌한 점을 나열해봤습니다. 특정 병원에게 피해를 입힐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규모가 큰 산부인과 모두가 싸잡아 욕을 먹게 할 생각도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어떤 특정 병원의 특정한 상황에서 개인이 느낀 불만을 나열한 지극히 주관적인 글임을 밝힙니다. 또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고 해당 병원 관계자나 이미 이용해본 사람이면 알 수 있을만한 힌트를 글에 조금 숨겨두었습니다. 사실 지나치게 업무적인 태도로 불쾌감을 준 간호사 몇몇의 이름을 외웠습니다. 하지만 이쁜 아가의 모습을 보고는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부디 이 글을 해당 병원과 간호사들이 보고 반성해주시고 병원 시스템 위주가 아닌 환자 중심의 시스템으로 변화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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