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제품 iPad 발매에 대해서 말들이 많다..
아마도 발매되기까지 또는 그 이후까지 계속 그렇겠지.
amazing 한 가격에 incredible 한 기능들이 모두 모여있는 혁신적인 기계를 기대했던 탓에 다들 실망이 많은듯 하다. 그리고 또하나, 이번에도 사파리 브라우져에 플래시 플러그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점!

애플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일단, 플래시플레이어 라는 또다른 런타임이 자신들의 플랫폼 위에 올라가게 되면 안정성을 확보할 수가 없다. 실제로 웹브라우져가 응답하지 않고 꺼지는 경우의 대부분이 플래시플래이어 등 서드파티 플러그인의 문제가 아니던가?
게다가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벽도 여럿 있는것으로 알고있다. 아이폰의 모바일사파리를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새 탭을 열때 탭 뒤에 있는 페이지들은 뒤에서 돌고있는것이 아니고 최소한의 스냅샷만을 남긴채 동작을 정지하고 있다가 다시 전면으로 내세워질 때 페이지를 새로 읽어들이게 된다. 따라서 계속적인 동작을 해야 하는 플래시가 동작하고 있는경우 탭 전환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동작중인 플래시끼리는 SharedObject 라는 기술로 서로 통신이 가능한데, 이걸 가능하게 하기위해선 일단 멀티프로세싱이 가능해야만 하는 골치아픈 문제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애플의 앱스토어와 상충하는 컨텐츠 소비 형태를 걱정하는 부분이다. 애플 제품에서 소비되는 모든 컨텐츠는 앱스토어를 통해 관리되고 판매되어야 수익이 날 텐데, 실제로 콩그리게이트 같은 플래시 게임 사이트가 모바일 사파리에서 접속이 가능해지면 꽤 큰 게임 유통구조를 플래시에게 통째로 뺏겨버릴 가능성이 있다.
처리 능력과 자원 소모를 최소화하여 베터리 지속시간을 확보해야 하는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제한사항은 어쩌면 필요한 부분이고 훌륭한 설계를 통해 제한된 자원으로 사용시간 10시간을 만들어낸 애플은 참으로 대단하다. 따라서 모바일 브라우져에서의 플래시 동작방식에 대한 차이점은 애플보다는 어도비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도비를 중심으로 전세계 20개 이상의 모바일 디바이스 제작사들이 힘을 합쳐 오픈스크린 같은 모든 기계에서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정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미난점은 사용자들의 목소리는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이미 웹상에서 중요한 미디어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플래시 기술을 제외한 애플에 대한 불만보다도 무거운 플러그인을 고집하는 어도비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점이다. 얼마전부터 맥을 사용하게 되었는터라 실제로 접해보니 확실히 윈도우용 플래시플레이어보다는 무겁고 뚱뚱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강했다.
근데 이건 단지 윈도우와 맥, 윈도우와 리눅스의 문제라기보다는 액티브엑스 기술과 플러그인 기술의 차이에서 오는 성능차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윈도우에서도 인터넷익스플로러라면 액티브엑스기반 플래시플레이어가 설치되고, 파이어폭스나 구글크롬등의 브라우져에는 플러그인플레이어가 설치된다. 그리고 플러그인 플레이어의 성능은 맥에서의 성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서 플래시플레이어가 다른 미디어보다 무거울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
플래시는 원래 벡터 애니메이션 포멧이었다. 내가 Flash 4.0 이라는 저작툴을 처음 접했을때만 해도 플래시는 애니메이션 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때도 이미 액션스크립트가 존재했지만, 겨우 마우스 인터렉션을 처리할 정도거나 재생헤드를 옮기는 역할을 담당했을 뿐이다. 플래시가 드디어 '플랫폼'이 되고 액션스크립트를 '언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시점은 개인적으로 플래시 8.0 이 나오면서 부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때부터 ecma script 를 근본으로 하는 액션스크립트 2.0의 기초가 완성되었고 지금의 훌륭한 액션스크립트 3.0의 발판이 마련됐다. 하지만 그 전부터 벡터 애니메이션 툴로써 사랑받던 '플래시' 라는 아이덴티티를 벗지 못한 탓에 오래전부터 손에 익어버린 소스를 복제해 붙여넣는 플래시 디자이너들의 습관을 바꿔놓지 못했다.
어도비가 플래시를 플랫폼으로 만들 생각이었으면 애초에 기존의 벡터기술, 상속개념, 미디어 관리 기술 정도만을 남기고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다른 툴로 거듭났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디자이너도 아니요 프로그래머도 아닌 어중간한 '에디터'를 양산하게 되고. 웹에서 보여지기에 적당하도록 리소스를 다루는데도 서투르고 그렇다고 효율적인 제어구조도 갖추지 못한 '무거운' 플래시 (특히 배너) 저작물이 웹상에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잘 만들어진 플래시무비가 무겁지 않을꺼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앞서 지적했듯, 플래시는 기본적으로 '벡터애니메이션툴' 에서 출발한다. 벡터란 그래픽스를 표현하는 두가지 큰 방법중 하나로, 표현할 모든 점의 위치와 색상을 기억하는 대신, 선과 면을 정의하는 물리적인 경로를 기억하여 화면상에 표시할때는 그 정의된 순서에 따라 직접 그려내는 방법을 선택한다.

모든 점의 위치가 정해져있다면 성능은 오직 메모리에서 디스플레이장치로의 입출력 속도만이 좌우하게 되지만, 벡터는 중간에 디스플레이 버퍼에 직접 연산을 통해 그려넣는 한번의 작업이 만드시 필요하게 된다. 대신 큰 이미지를 표현할때는 점의 갯수가 무한히 많아지는 래스터 이미지와는 다르게 얼마든지 확대해도 데이터 크기에는 차이가 없으며 아무리 크게 그려도 곡면에 계단현상이 생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진데, 비트맵 애니메이션이라면 각 프레임간의 변경되는 픽셀 정보를 가지고 기존의 점을 지우거나 새로 점을 찍어 그려내지만, 벡터 애니메이션은 선을 구성하는 각 꼭지점과 커브점의 상대적인 위치를 통해 중간값을 연산하여 그려낸다.
즉, 표현을 하는데 있어 CPU를 사용할 것인가, 메모리를 사용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문제다. 학창시절에 암기과목을 잘하는 친구와 산수를 잘하는 친구를 생각해보면 쉽다.
유머 게시판등에서 흔히볼 수 있는 이른바 움짤(주:움직이는 짤방(주:짤림방지=반드시 이미지를 1개이상 올려야하는 게시판에서 룰을 따르기위해 일부러라도 올리는 작은 그림을 말함))중에 gif 움짤과 플래시 움짤을 비교해보면, gif는 그림 크기가 제법 커서 한번 다운로드 받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내려받아진 뒤에는 별 무리없이 재생이 되는 반면, 플래시움짤은 금새 받아지지만 꽤 긴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플래시에서 벡터애니메이션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벡터 그래픽을 타임라인에 올려 이동시키고 늘이고 줄이고 돌리고, 투명도를 변경시키는 모든 작업을 할때 중간 결과물을 예측하기 위해 플래시는 투명한 벡터 패널 위에 비트맵을 칠하고 마찬가지로 벡터 연산을 수행하게 된다.
이야기가 많이 돌아왔지만, 이쯤에서 어설프게 결론을 내리자면, swf 라는 포멧은 애초에 제한된 네트워크 환경에서 빠르게 내려받아 사용자의 자원을 소모하며 그려내어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멧이라는 점이다.
나는 현재 플래시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가지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개발자로써 플래시플랫폼에 대해 꽤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간혹 시간에 쫒겨 대충 만들어 시집보내버린 무겁고 비효율적인 아가들에 대해 반성도 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오직 현란하고 번쩍번쩍한 눈에띄는 플래시 광고를 요구하는 사장들도 아니요, 값싼 하청구조로 인해 돈 몇천원 못만지고 몇시간만에 무거운 플래시 배너를 찍어내야 하는 알바생들도 아니요, ... 플래시플랫폼을 만든 어도비에게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_-;
마치.. 밥먹으려고 하는데 TV에 쥐새끼가 나왔다고 TV를 만든 삼성을 욕하는 꼴이랄까..
플래시는 원래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컨테이너다. 오히려 플래시로 컴퓨터자원을 그렇게 많이 활용(?)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해 경이롭게 생각해야 할 지경이다. 플래시는 웹브라우져가 (아직) 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플러그인 환경이다. 부수적인 기술에 집착해서도 안되지만, 존재 자체를 폐쇠적이고 위험한 액티브엑스와 동등하게 미워해야 할 일도 아니다. 플래시플레이어는 오히려 매번 새롭게 발표될 때 마다 새로운 기능과 동시에 기존에 너무 많이 가졌던 보안 샌드박스에 대해 제한사항을 계속 추가하기도 한다. 플래시가 해오던 역할을 html5가 대신 해줄 수 있게 되거나, 또는 플래시보다 우월하고 안전한 대체 기술이 나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자세가 되어있다.
플래시플레이어를 미워하고 어도비를 미워할게 아니라 공부안하는 플래셔들이 긴장할 수 있도록 눈높이를 높이고, 생각없이 묵직한 배너를 수없이 달아놓는 포털들을 향해 불만을 터뜨려주기 바란다. 그래서 자연히 플래시없는 가벼운 웹페이지가 늘어날 수 있도록.. 좀더 잘 다듬어진 상호작용 미디어가 생겨날 수 있도록.. 그래서 어도비가 좀더 분발해서 안정적인 플레이어를 여러가지 기계에 심을 수 있도록 하는게 낫지 않을까?




















